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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

한국 식량 공급의 지도 — 무엇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두 개의 숫자를 나란히 놓기

FAO는 각국의 곡물 수급을 정기적으로 집계합니다. 2026년 3월 16일 자 한국 국가 브리프에 따르면 2025/26년(7월~다음 해 6월) 한국의 곡물 수입 소요는 1,700만 톤으로 평년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전망됐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2025년 국내 벼 생산량은 470만 톤으로, 5년 평균보다 4% 적었습니다.

수입 소요가 국내 벼 생산의 약 3.6배입니다. 다만 이 비교를 자급률로 읽으면 안 됩니다. 벼는 사람이 먹고, 수입 곡물은 대부분 가축이 먹습니다. 두 숫자는 같은 축에 놓을 수 없지만, 한국 식량 공급에서 국내 생산과 수입이 감당하는 물리적 규모의 차이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수입의 3분의 2는 옥수수 한 품목

1,700만 톤은 품목별로 균등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FAO 집계에서 옥수수가 1,170만 톤, 밀이 460만 톤, 쌀이 50만 톤입니다.

옥수수 한 품목이 전체의 약 69%입니다. FAO는 이 수요가 국내 사료 산업에서 나오며 가축 사육 마릿수와 함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이 글의 첫 번째 논점이 나옵니다. 한국의 곡물 수입은 사람이 먹는 식량의 문제이기 이전에 축산의 문제입니다. 육류 소비가 유지되는 한 사료 곡물 수입은 줄지 않습니다.

쌀이 유독 적고 해마다 비슷한 데에는 별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쌀에는 관세율할당(TRQ)이 적용됩니다. 연간 408,700톤까지는 낮은 관세로 들어오고 그 물량을 넘으면 매우 높은 관세가 붙어 사실상 수입이 어렵습니다. 쌀 수입량이 안정적인 것은 시장 수요가 일정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물량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옥수수·밀과는 성격이 다른 숫자입니다.

산지는 고정돼 있지 않다

물량은 확인됐습니다. 그 물량이 어디서 오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이 글에서 가장 확인이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서 한국의 옥수수 수입(HS 1005)을 산지별로 다시 집계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구성이 해마다 뒤집힙니다.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비중은 2022년 64%에서 2025년 22%로 떨어졌고, 미국은 2023년 7%에서 2025년 67%로 올랐습니다. 흑해·동유럽은 9%와 25%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동안 총 수입량은 1,130만~1,180만 톤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들여오는 양은 그대로인데 어디서 들여오는지만 매년 바뀐 것입니다.

이 변동은 대체로 가격이 만듭니다. 브라질의 2기작 옥수수 작황이 좋고 헤알화가 약하면 남미로 쏠리고, 미국이 대풍이면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의 사료업계가 특정 국가와 장기 계약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가장 싼 산지에서 사 온다는 뜻입니다.

품목마다 모양이 다르다

옥수수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과 달리, 다른 품목은 산지가 훨씬 고정돼 있습니다. 같은 통계에서 밀과 대두를 뽑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표 1. 주요 수입 곡물·유지작물의 산지 구성
품목1위 산지2위 산지의존의 모양
옥수수 (2025)미국 67%아르헨티나 14%해마다 뒤바뀜 — 변동형
밀 (2023)호주 52%미국 26%두 나라에 고정 — 집중형
대두 (2024)미국 50%브라질 42%두 나라가 양분 — 집중형

밀은 호주와 미국 두 나라가 78%를 차지하고, 대두는 미국과 브라질이 92%를 가져갑니다. 옥수수처럼 매년 뒤집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험의 성격도 다릅니다. 옥수수는 가격에 흔들리는 대신 대체 산지가 넉넉하고, 밀과 대두는 안정적인 대신 특정 국가에 걸려 있습니다. 같은 “수입 의존”이라도 대비해야 할 사건이 다릅니다.

국내 생산도 한곳에 몰려 있다

집중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FAO 브리프는 국내 밀 재배의 약 40%, 보리의 약 85%가 남부 지역에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대한민국 시도 지도에서 전남·전북·경남·광주를 녹색으로 강조한 그림. 국내 밀 재배의 약 40퍼센트, 보리의 약 85퍼센트가 이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림 4. 국내 맥류 생산의 남부 집중주: FAO 브리프는 “남부 지역(southern areas)”의 행정 경계를 따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지도의 강조 범위는 국내 맥류 주산지를 기준으로 KIFC가 표시한 개념도이며, 40%·85%라는 수치가 이 네 개 시도에만 해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수치는 FAO/GIEWS(2026.3.16), 시도 경계는 Wikimedia Commons(퍼블릭 도메인).

한 지역에 몰린 생산은 한 번의 기상 사건에 전체가 함께 노출됩니다. 2024년 가을 남부에 내린 호우가 전국 밀·보리 생산량을 끌어내린 것이 그 사례입니다. 이것은 수입 산지 집중과 같은 구조입니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한곳에 몰린 공급은 같은 방식으로 취약해집니다.

2024~2026년, 기상이 연달아 왔다

국내 생산 쪽에서는 2024년 가을부터 기상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FAO 브리프에 기록된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2. 국내 곡물 생산에 영향을 준 기상 사건 (2024.10~2026.2)
시기사건영향
2024.10~11남부 중심 호우파종기 토양 과습 · 밀·보리 재배면적 축소
2025.2~3서리국지적 피해 · 밀 품질 저하
2025.5일조 부족·저온이앙 지연
2025.9~10서부 지역 이상 호우수확 작업 차질
2025년 수확기벼 수확 완료생산 470만 톤 · 5년 평균 대비 −4%
2025.10~2026.2적설 등 월동 조건 양호2026년 밀·보리 생육 양호

파종기 과습, 서리, 이앙 지연, 수확기 호우가 한 해 안에 차례로 왔습니다. 개별 사건은 흔한 기상이지만, 연달아 겹치면 한 해 생산 전체가 평년을 밑돌게 됩니다. 기상 충격이 가격으로 전달되는 경로는 이 시리즈 첫 편 기후플레이션 — 내 장바구니가 위험하다에서 다뤘습니다.

정책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

국내 생산 구조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FAO는 벼 재배면적이 5년 평균을 밑도는 이유로 정부가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해 타작물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반대로 2026년 밀·보리 파종면적은 5년 평균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며, 수매가와 직불금 지원이 배경으로 기술됐습니다.

미국 농무부도 같은 흐름을 관찰했습니다. 2024/25년 국내 벼 재배·생산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전망되는 한편, 밀 생산은 1983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같은 자료는 2024년 정부가 비축미를 사료 시장에 대량 방출하면서 사료용 옥수수와 밀 수입 일부가 대체됐다고 기술했습니다. 국내 재고 운용이 수입 물량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입니다.

표 3. 국내 곡물 생산 구조의 최근 변화
품목방향배경
재배면적·생산 감소식용 수요 감소, 타작물 전환 유도
재배면적·생산 증가수매가·직불금 지원
보리2025년 급감 후 2026년 회복 전망파종기 기상, 이후 정책 지원

위험은 어디가 가는가

앞의 지도를 종합하면 진단 축이 세 개 나옵니다. 세 축은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대비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1. 품목 집중 — 옥수수 한 품목에 69%. 국제 옥수수 시세가 흔들리면 완충할 다른 품목이 없습니다. 이것은 산지를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 품목 구성 자체의 문제입니다.
  2. 용도 경직성 — 그 옥수수의 대부분이 사료. 사료 수요는 가축 사육 마릿수에 연동되며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습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잘 줄지 않으므로,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축산 비용으로 넘어갑니다. 세 축 중 가장 손대기 어려운 축입니다.
  3. 집중의 두 얼굴 — 국내는 지역, 수입은 품목별로 다름. 국내에서는 밀 40%·보리 85%가 남부에 몰려 한 번의 기상에 함께 노출됩니다. 수입에서는 옥수수가 산지를 매년 갈아타는 반면 밀은 호주·미국 78%, 대두는 미국·브라질 92%로 묶여 있습니다. 하나의 처방으로 다룰 수 없습니다.
옥수수의 위험은 산지가 흔들린다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갈아탈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진짜 취약한 쪽은 갈아탈 곳이 좁은 밀과 대두입니다.

이 지점이 통념과 어긋납니다. 산지가 매년 바뀌는 옥수수는 불안해 보이고, 호주에 절반을 의존하는 밀은 안정돼 보입니다. 실제 위험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옥수수는 남미·미국·흑해라는 세 개의 큰 공급원이 서로 대체하고 있어 한 곳이 막혀도 경로가 남습니다. 밀은 호주 한 나라에 절반이 걸려 있어, 호주에 가뭄이 오면 대체할 물량을 같은 가격에 구하기 어렵습니다. 변동성과 취약성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완화 수단과 그 한계

표 4. 확인된 완화 수단과 각각의 한계
수단작동 방식확인된 사례한계
비축 방출재고를 시장에 풀어 수입 대체2024년 비축미 사료용 방출로 사료 곡물 수입 일부 대체재고 규모와 회전율에 제약
국내 생산 전환수매가·직불금으로 품목 전환 유도2026년 밀·보리 파종면적 5년 평균 상회 전망재정 부담, 수익성, 농지 제약
수입 물량 제도TRQ로 물량 관리쌀 408,700톤 할당쌀 외 품목에는 적용 범위가 제한적
산지 다변화공급국을 늘려 집중 위험 완화옥수수는 이미 남미·미국·흑해로 분산밀·대두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음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줄입니다. 산지 다변화는 흔히 정책 과제로 제시되지만, 옥수수에서는 이미 시장이 알아서 해내고 있습니다. 정작 다변화가 필요한 밀과 대두에서는 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 언어와 데이터가 가리키는 대상이 어긋나 있는 지점입니다.

정리

한국의 곡물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국내 벼 생산을 크게 웃돌며, 그중 약 69%가 옥수수 한 품목에 몰려 있습니다. 이 수요의 대부분이 사료용이므로, 식량 공급의 문제는 축산 구조와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산지는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옥수수의 남미 비중은 5년 사이 64%에서 22%로 내려갔고 미국은 7%에서 67%로 올라갔지만, 총 수입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변동 자체는 위험이라기보다 대체 경로가 살아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밀(호주·미국 78%)과 대두(미국·브라질 92%)처럼 산지가 고정된 품목이 갈아탈 곳이 좁습니다.

국내 생산 쪽에서는 2024년 가을부터 2025년 가을까지 파종기 과습, 서리, 이앙 지연, 수확기 호우가 연달아 관측됐고, 밀·보리와 벼 생산량이 모두 평년을 밑돌았습니다. 밀 40%·보리 85%가 남부에 몰려 있는 지역 집중이 여기에 관여했습니다.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과 의존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정책은 서로 다른 수단을 씁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선택의 문제이고, 그 선택을 하려면 의존의 크기가 아니라 모양을 먼저 봐야 합니다.

예상되는 질문

곡물자급률이 정확히 몇 퍼센트인가요?

이 글에서는 확정값을 쓰지 않았습니다. 발표 기관과 산식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료용을 포함하는 곡물자급률과 식용만 세는 식량자급률이 다르고, 같은 이름이라도 분모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뀝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수급표의 최신 확정치를 기준으로 인용하시길 권합니다.

산지가 매년 바뀌면 공급이 불안한 것 아닌가요?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총 수입량은 5년 내내 1,130만~1,180만 톤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바뀐 것은 어디서 사 오는지이지 얼마나 들여오는지가 아닙니다. 여러 산지가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은 한 산지가 막혔을 때 물량을 확보할 경로가 있다는 뜻이므로,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입니다.

왜 산지 구성을 지도가 아니라 시계열로 보여주나요?

한 해치 지도를 그리면 그 구성이 한국의 고정된 공급 구조인 것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2023년 지도와 2025년 지도가 전혀 다른 그림이 됩니다. 이 글의 발견은 특정 산지의 비중이 아니라 구성이 바뀐다는 사실 자체이므로, 시계열이 그 발견에 맞는 형식입니다.

남은 데이터 공백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가 남았습니다. 국가 비축의 규모와 회전율, 사료자급률, 그리고 밀·대두의 최근 연도 산지 구성(각각 2023·2024년까지만 확보)입니다. 앞의 둘은 농림축산식품부·aT 자료로, 뒤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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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본 자료는 사단법인 식량과기후(KIFC)가 공개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교육용 참고자료입니다. 산지 구성은 역년 기준이고 FAO 수급 전망은 유통연도(7월~6월) 기준이므로, 두 통계의 수치를 직접 대응시켜 읽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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