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의 1.3%만 에너지가 된다 — 농업 바이오가스,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덴마크는 돼지분뇨로 가스 배관망의 40%를 채운다. 한국은?
핵심 메시지
한국 가축분뇨의 87%는 퇴비가 됩니다. 에너지가 되는 건 1.3%. 덴마크는 분뇨로 국가 가스 공급의 40%를 채우고, 독일은 농장 9,500곳에서 전력의 7%를 만듭니다. 바이오가스는 폐기물 처리·에너지 생산·온실가스 감축·농촌 소득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인데, 한국 농촌은 아직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1.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바이오에너지 발전 설비는 151GW에 도달했습니다. 연간 발전량은 698TWh, 전년 대비 3% 성장입니다.
특히 농업 기반 바이오가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2023년 기준 1.76EJ이며, 유럽에서만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의 약 8%를 바이오가스가 담당합니다. 바이오에너지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390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투자 규모는 2025년 160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왜 바이오에너지 중에서도 “농업” 바이오가스가 각광받을까요?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바이오가스는 하나의 시설에서 네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풉니다 — 폐기물 처리, 에너지 생산, 유기질 비료 공급, 온실가스 감축. 원료(가축분뇨·농업잔재물)가 연중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기존 수거 인프라가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2. 한국 가축분뇨 — 87%는 퇴비, 에너지는 1.3%
전체 가축분뇨 중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은 1.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7.1%는 퇴비·액비로 토양에 환원되고, 11.6%는 정화 처리 후 방류됩니다.
문제는 가축분뇨가 한국 유기성 폐자원(바이오가스 원료가 될 수 있는 폐기물)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축분뇨의 에너지 전환율이 가장 낮습니다. 전체 유기성 폐자원 중 바이오가스화 처리 비중은 약 5.7%, 이를 통해 연간 3.6억 Nm³의 바이오가스가 생산됩니다. 2023년 기준 전국 바이오가스화 시설은 112개소인데, 이 중 가축분뇨 전용 시설은 단 3개소입니다.
2024년 한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2.0%였고, 이 중 바이오 에너지가 19.8%로 태양광(51.8%) 다음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바이오에너지가 한국 재생에너지 총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바이오가스 확대의 기반은 이미 존재합니다.
3. 한국 vs 독일 vs 덴마크 — 같은 축산국, 다른 선택
독일은 2000년 신재생에너지법(EEG) 시행 이후 농장 바이오가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핵심은 소규모 농장에도 과감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적용한 것입니다. 2014년 이후 FIT 축소로 신설이 정체됐지만, 기존 9,500개 플랜트가 여전히 국가 전력의 7%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인구 560만 명에 돼지 2,500만 마리라는 독특한 구조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를 위해 에너지·농업·환경 부처가 함께 1988년 바이오가스 행동계획을 만들었고, 2025년 현재 가스 배관망의 40%가 바이오메탄입니다.
4. 국내외 사례 — 바이오가스가 바꾼 농촌
🇩🇰 덴마크 팡엘(Fangel): 농가 18곳이 만든 에너지 공동체
1988년 지역 농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된 팡엘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덴마크형 농업 바이오가스의 원형입니다. 반경 15km 이내 18~20개 농가에서 매일 소·돼지 분뇨를 수거해, 하루 12,000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합니다.
핵심은 농가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입니다. 분뇨를 공급한 농가는 소화액(혐기소화 후 잔류물)을 비료로 돌려받습니다. 소화액은 원분뇨보다 악취가 적고, 영양분의 식물 이용률이 높아 화학비료 비용을 15~30% 절감합니다.
최근에는 Tønder 바이오가스 플랜트처럼 연간 80만 톤 이상의 소화액을 지역 농가에 비료로 공급하며, 25,000가구 분량의 바이오메탄을 가스 배관에 직접 주입하는 대규모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 독일 펠트하임(Feldheim): 인구 130명 마을의 에너지 자립
베를린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 브란덴부르크주의 농촌 마을 펠트하임. 주민 13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전기와 난방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합니다. 풍력 55기, 태양광, 그리고 돼지분뇨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연간 4.15GWh)의 조합입니다.
바이오가스는 태양광·풍력이 못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가 지고 바람이 멈춰도 분뇨는 365일 나옵니다. 기저부하(baseload) 전원으로서 간헐성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수익은 마을로 환류되고, 실업률은 0%입니다.
🇰🇷 충남 홍성 원천마을: 한국형 모델의 가능성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은 주민 주도로 만들어진 국내 대표 사례입니다. 2018년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이 직접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에 나서, 2020년 완공했습니다. 하루 110톤의 돼지·소 분뇨를 처리해 시간당 430kW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발효 처리된 소화액은 퇴비로 활용되어 농가에 돌아갑니다. 가축분뇨 악취 문제도 동시에 해결됐습니다. 마을은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기반으로 태양광 발전, 주택 단열까지 결합해 에너지 자립 마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5. 바이오가스 — 하나의 시설, 네 가지 해결
6. 제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 바이오가스법과 생산목표제
2023년 12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바이오가스법)이 시행됐습니다. 핵심은 생산목표제입니다.
공공 의무생산자는 2025년부터 50%, 2045년부터 80%의 생산목표율이 부과됩니다. 민간 의무생산자는 2026년부터 10%, 2050년에 80%에 도달해야 합니다. 민간 의무 대상은 돼지 사육두수 2만 마리 이상 농가, 처리용량 100톤/일 이상 가축분뇨 처리시설, 연간 1,000톤 이상 음식물 폐기물 배출자입니다.
2024년에는 환경부가 8개 지자체(인천·광주·과천·춘천·횡성·부여·목포·순천)를 통합 바이오가스 시설 설치 대상으로 선정했고, 2025년부터는 공모 방식에서 지정 방식으로 전환하여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7. 짧은 전망 — SAF, 하늘을 나는 바이오에너지
바이오가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술이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항공유)입니다. 2024년 글로벌 SAF 생산량은 18억 리터로 전년(6억 리터) 대비 3배 증가했지만, 전체 항공유 수요의 0.53%에 불과합니다. 농업 잔재물이 핵심 원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EU는 2026년 2%, 2050년 70% SAF 의무 혼합을 추진 중입니다.
📌 다음 콘텐츠 예고
SAF와 농업의 관계 — 농업 잔재물이 항공유가 되는 메커니즘과 한국 SAF 정책 현황을 별도 콘텐츠에서 다룹니다.
정책 제안 — 한국 농업 바이오가스,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바이오가스법이 시행됐지만, 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덴마크와 독일의 경험이 가리키는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제안 1. 부처 칸막이를 허물어라 — 에너지·농업·환경 통합 거버넌스
현재 가축분뇨는 농림축산식품부, 바이오가스 시설은 환경부,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관장합니다. 독일의 EEG는 에너지·농업·환경 영역을 하나의 법률로 묶어 바이오가스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덴마크 역시 1988년 에너지청·환경청·농업부가 공동으로 BAP를 수립한 것이 전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가축분뇨 발생(농식품부) → 바이오가스 생산(환경부) → 에너지 판매(산업부) → 소화액 비료 인증(농진청)이 4개 부처에 분산된 구조를 해소해야 합니다.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농식품부가 농업 바이오가스의 주무부처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합니다.
제안 2. 농가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 분뇨 공급 대가 + FIT 확대
덴마크에서 농가는 분뇨를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공급하면 대가를 받거나 조합원 배당을 받습니다. 독일은 소규모 농장 바이오가스(75kW 미만)에도 높은 FIT를 보장해 농가의 참여 동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은 아직 농가가 분뇨를 공급할 경제적 유인이 약합니다. ① 분뇨 공급에 대한 적정 대가 지급 체계, ② 소규모 농장형 바이오가스에 대한 과감한 FIT 또는 REC 가중치 상향, ③ 소화액의 공식 비료 인증 및 품질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제안 3. 통합형·공동 시설을 기본으로 — 소규모 축산의 한계를 넘어라
미국 EPA 기준으로 유우 500두, 양돈 2,000두 이상이어야 개별 바이오가스 시설의 경제성이 맞습니다. 한국 축산의 현실을 고려하면, 여러 농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통합형 시설이 합리적인 모델입니다.
환경부의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속도가 느립니다. 2022~2024년 3년간 선정된 지자체는 15곳에 불과합니다. 2030년까지 최소 50개소 이상으로 확대하고, 가축분뇨 + 음식물 폐기물 + 하수찌꺼기를 통합 처리하는 모델을 표준화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 World Bioenergy Association, 2025 Global Bioenergy Statistics, 2025.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Renewables 2024, Paris, 2024.
-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분뇨 처리현황, 2022.
- 에너지경제연구원, 유기성 폐자원 에너지화 현황 및 활성화 방안, 2022.
- 환경부,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시설 현황, 2023.
- 한국에너지공단, 2024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2024.
- 독일바이오가스협회(Fachverband Biogas), Branchenzahlen 2024, 2024.
- 덴마크에너지청(Danish Energy Agency), Biogas in Denmark 2024, 2024.
- 환경부,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 시행령·시행규칙, 2023.12.
- Fangel Bioenergy A/S, Plant Factsheet — Fangel Biogas, Odense, Denmark.
- Neue Energien Forum Feldheim, Energy Self-Sufficient Village of Feldheim, Brandenburg, Germany.
- Sustainability, “Socio-economic impacts of expanded agricultural biogas in Denmark”, 2022.
- IATA, SAF Production Outlook 2025, 2025.
- European Commission, ReFuelEU Aviation Regulation (EU 2023/24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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