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가 우리 밥상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

Abstract

모두가 기름값을 본다, 아무도 농가를 보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4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전면 봉쇄를 선포하면서 하루 135척이던 선박 통항은 4~10척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바다가 닫힌 것이다.

뉴스는 주유소 가격표와 비축유 200일치를 말한다. 그러나 유가가 건드리는 것은 주유소만이 아니다. 비료, 비닐, 유류, 사료, 포장재 — 농사의 기본 투입재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뛴다. 그리고 이 충격은 “언제 얼마만큼” 밥상에 도달하느냐의 문제로 넘어간다.

5대 투입재가 동시에 뛴다

2026년 4월 기준, 주요 투입재 5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나프타·비닐은 40~70%, 요소 비료와 경유·사료도 두 자릿수 상승.
2026년 4월 기준, 주요 투입재 5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나프타·비닐은 40~70%, 요소 비료와 경유·사료도 두 자릿수 상승.

비료. 인산비료의 핵심 원료인 황의 절반 이상은 석유·천연가스 정제 부산물이다. 유전이 막히면 황 → 황산 → 인산 → 비료의 사슬 전체가 흔들린다. 세계 황 수출의 절반, 비료 수출의 3분의 1이 호르무즈를 지난다. 요소 비료는 수입의 38.4%가 이 해협을 거치며, 국제가격은 톤당 684달러를 돌파했고 품질이 떨어지는 대체 물량도 톤당 800달러에 들여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질소-칼리 복합비료·인산비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2024년 기준 연간 수출의 50~75%가 막힌 상태다. 세계 비료 공급의 두 문이 동시에 닫힌 것이다.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수입선을 다변화했고, 그 방향 중 하나가 중동이었다. 그 결과 중동 요소 의존도는 43.7%까지 올라갔다. 한쪽 리스크를 피하려다 다른 리스크에 갇힌 “다변화의 역설”이다.

비닐. 멀칭·하우스 비닐의 원료 나프타는 한 달 만에 47%, 전년 대비 69% 올랐다. 농업용 비닐(LLDPE) 가격은 2월 kg당 1,390원에서 4월 2,290원으로 65% 급등했다. 나프타는 비닐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육묘 트레이, 비료 포대, 관수 호스, 축산 사일리지 필름까지 한국 농업의 거의 모든 자재가 석유화학 공급망에 들어가 있다.

유류·사료·포장재도 함께 뛴다. 경유는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고, 사료용 곡물은 100% 수입이라 환율·해상운임·유가의 삼중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식품 포장재는 전부 나프타 기반이므로 내용물과 무관하게 일괄 전가된다 — 정부가 종이 포장재 전환을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

가위 효과 — 비용은 오르고, 값은 내린다

농산물 소매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위에서는 경영비가 누르고, 아래에서는 판매가가 무너지는 전형적 가위 효과.
농산물 소매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위에서는 경영비가 누르고, 아래에서는 판매가가 무너지는 전형적 가위 효과.

더 위험한 대목은, 생산비는 오르는데 농산물 값은 같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4월 기준 오이는 전년 대비 9.9%, 애호박은 21.1%, 토마토는 8.1% 하락했다.

겉으로는 “채소값이 싸졌다”지만, 이번 하락은 공급 과잉이 아니라 소비 위축의 결과다. 공급 과잉이라면 다음 시즌에 면적을 줄여 대응할 수 있지만, 살 사람이 없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농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투입비는 30~65% 오르는데 판매가는 떨어진다. 소득이 양쪽에서 잘리는 전형적인 가위 효과다.

가장 먼저 쓰러지는 스마트팜 청년농

시설농가, 특히 융자로 스마트팜에 투자한 청년농은 이 충격을 정면으로 맞는다. 온실 하나에 수억~십수억 원이 들어가고, 정부 보조 50%·자부담 20%·융자 30% 구조가 일반적이다. 5년 거치, 10년 상환. 30세에 8억짜리 온실을 시작한 청년이 자부담 1.6억, 융자 2.4억으로 들어갔다면 매달 원리금이 200만 원씩 빠져나간다. 작물이 잘 풀리고 가격이 받쳐줄 때나 본전이다.

난방비 비중은 시설농가 경영비의 30~50%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경영비 15~25% 급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비료·비닐 상승이 겹친다.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폭증하고, 융자 상환금은 매달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순간 버티기는 생존의 문제로 바뀐다.

진짜 충격은 하반기에 온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차다. 지금 봄 파종에 쓰는 비료와 비닐은 지난해 하반기에 사둔 “어제의 가격”. 하지만 여름·가을에 밭에 뿌릴 물량은 “오늘의 폭등가”로 다시 사야 한다. 농민은 미래의 비용을 오늘 먼저 지불하고, 그 결과를 내일의 불확실한 시장에 맡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비료 가격 상승은 5~6월 생산분부터 반영되고, 사료 가격은 6~12개월 시차로 축산물에 전가되며, 나프타 기반 포장재는 이미 가격이 오르고 있다.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식탁의 거의 모든 것이 움직인다. 자급률 1%의 밀가루·빵·라면, 대두유·조리유·마요네즈, 소·돼지·닭고기·우유, 그리고 전 품목의 포장재 — 전방위 인상이다.

한국의 수입물가는 이미 8개월째 오르고 있고,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9% 상승으로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47.6으로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수요는 이미 얼어붙고 있다. 지금 마트에서 채소값이 싸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보조금만으로는 안 된다

국회는 농업용 비닐 긴급 지원에 154억 원을 의결했고, 면세유·비료 추경 등 지원이 이어진다. 다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규모·커버리지가 현저히 줄었다. 2022년에는 비료 인상분의 80%를 공공이 분담(정부 30·지자체 20·농협 30)했고 무기질 비료 전 품목이 대상이었으며 예산은 약 1,800억 원이었다. 2026년 현재는 20~30% 수준의 정액 지원, 일부 품목·한도제, 1,000억 원 미만이다.

2022년에는 국제 곡물가도 함께 올라 농가가 비싼 비료를 써도 수취가로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었다. 2026년은 수취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가위 구조라 보조금의 실질 효과가 그만큼 얇아진다.

남는 질문

단기 보조금만으로는 농가의 연속 적자를 막기 어렵다. 시설농가의 에너지 구조 전환, 청년농 부채 리파이낸싱, 투입재 공공 비축, 그리고 국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대체 원료 확보 —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논의되어야 이번 위기의 두 번째·세 번째 파도에서 버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농가에서 시작된 조용한 위기”가 올 하반기에 모두의 장바구니 가격표로 번역되어 올라올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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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농촌경제연구원(KREI). (2025). 시설원예 경영비 구조와 에너지 비중 분석. (시설농가 경영비의 30~50%가 난방비, 네덜란드·일본 대비 2배 이상) krei.re.kr
  10.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안정보시스템. (2026).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 — 농업용 비닐 긴급 지원 의결 내역. (154억 원, 일부 품목 한도제 20~30% 정액 지원) likms.assembly.go.kr
  11. 농림축산식품부·전국농협. (2022). 비료 가격 안정 지원사업 시행지침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정부 30·지자체 20·농협 30 = 인상분의 80% 공공 분담, 약 1,800억 원 규모) mafra.go.kr
  12. 통계청. (2026). 농가경제조사 ·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 (원유·나프타→비료·비닐·사료→채소·축산물·포장재의 가격 전가 시차) kostat.go.kr

References &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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